작성일 : 17-08-07 21:14
[JPIC] 2017년 프란치스칸 정평창보 여름체험(제2편)
 글쓴이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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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지난밤 200여 명이 함께 잠이 든 체육관에서의 잦은 뒤척임을 뒤로하고 다른 사람들 보다 먼저 일어난 프란치스칸 가족은 6시에 운동장 한켠에서 아침기도와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짐을 정리하고 빵과 우유로 아침을 먹고 대열을 정비하니 ‘보물섬’ 대안학교의 어린친구들이 신나는 율동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비온 뒤에 무지개도 하늘에 떠 있었구요, 총 21.8km의 행진, 마을과 마을에 들어서기까지 이어지는 도로위의 발걸음. 점심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먹었습니다. 강정마을에서 매 때마다 밥을 해서 나르고 그릇은 다시 거두어가서 설겆이를 했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수고하시는 사람들의 노력이 진하게 느껴지니 매년 참석하는 분들의 감동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날 저녁은 ‘제2공항 예정지’인 신산리 마을회관에서의 촛불문화제에 함께 했습니다. 다시 제2의 강정이 된곳, 똑같은 문제들로 인하여 찬성과 반대로 분열되어가는 마을 공동체, 고향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것인지 질문하게 하는 안타까움 속에서도 그들이 외롭지 않게 하겠다는 맘이 위로가 되었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넷째 날, 어제의 뜨거운 발걸음은 조금씩 지쳐갈만도 한데, 매일 약을 챙겨 함께 한 의료진들의 덕택에 물집이 잡힌 발을 절룩거리면서도 일어선 어린 아이와 중학생들이 다시 앞장섰습니다. 그들에게 이 아름다운 제주를 다시 전쟁을 위한 기지로 넘겨주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며 걷는 내내 눈앞에 펼쳐진 바다가 들어왔습니다.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일부인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며 이날은 신양해수욕장에서 일찌감치 점심을 먹고 해수욕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 더위에 지쳤던 참가자들을 바다로 뛰어들게 해주었습니다. 실컷 놀다가 젖은 채로 1시간여를 걸어서 도착한 성산국민체육센타에서의 밤은 옆사람의 코고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꿀잠을 자기에 충분했답니다. 저녁식사 후에 잠시 모여서 행진에 참가한 각 단체의 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개인적으로, 가족단위로 참가한 사람도 많았고, 휴가를 왔다가 중간에 참가한 사람들도 있었고, 특히 일본 오키나와에서 온 10여 명의 활동가들이 미군기지화 되어있는 오키나와의 현재를 알리고 평화를 위한 행진에 참여한 의의를 말하였습니다.

  마지막 날, 우리의 일정은 끝나서 각자 흩어져야 하지만 5일까지의 일정에 참가하기 위해 남아 걸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아침기도와 미사로 마무리를 했는데 미사 강론중에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걸으면서 선두에 앞장서서 가는 어린이들에게 우리가 남겨줄 것은 무엇인가를 묵상할 수있었다는 수사님, 강릉의 애지람에서 장애우 친구들과 함께 참석하신 수사님은 사회복지의 틀에만 갇혀서 사회문제에 대한 시각을 넓히지 못했기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나누어주시기도 하였고, 수도자로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기원하면서 걸으셨다는 나이드신 수녀님의 나눔 등 우리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프란치스칸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평화를 어떻게 퍼져나가게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이 길을 함께 걸으면서 생각하고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일치을 위한 발걸음속에서 품게 된 희망을 나누는 시간과 공간을 함께 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주에서의 행진이 함께 걷고 함께 웃으며 그들이 버텨낼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우리의 기도가 될 수 있기를, 앞으로의 미래에 모두가 누리게 될 평화를 위한 힘찬 발걸음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외쳐봅니다.
“평화야 고치글라, 평화가 길이다. 우리가 평화다”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이인숙 마르타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