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2-10 21:30
[사목단상] [사목단상] 병자에 대한 예수님의 측은지심
 글쓴이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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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는 루르드의 성모 발현 기념일인 2월 11일을 <세계 병자의 날>로 제정하여, 심신의 질병으로 고통 받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또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들과 봉사자들을 격려하며 기도하고 있다. 아래 글은 병고에 시달리는 환자들 가까이에서 기도하고 봉사하는 원목실 소임을 통해 그 안에서 하느님께서 어떻게 일하시는지 알게 된 조데레사 수녀의 체험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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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천주교원목실의 하루는 병원으로 출근하는 길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병원 현관문을 들어서면서 입원해 있는 환자들과 의료진들을 위하여 기도를 바친다. 원목일은 환자들의 영적인 위로와 배려를 위해 환자들을 더 깊이 만나는 기회가 되므로, 누구보다도 병자들에게 우선적 관심을 두셨던 예수님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하루하루 수시로 바뀌어가는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왔는데 어떤 환자는 암 투병으로 회복의 기약도 없이 입ㆍ퇴원을 반복하며 긴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환자는 먼저 하늘나라로 가야만 했고, 어떤 환자는 지금까지 계속 나와의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많은 시간 가족들을 위해 살아오면서 정작 본인의 건강은 소홀히 하셨던 어르신들이 병고를 이기지 못하고 입원과 함께 수술 받는 모습을 볼 때마다 측은지심의 마음을 갖게 된다. 병상에서도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고 가족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는 환자들을 볼 때 고개를 숙이게 된다.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고통과 아픔을 극복하고자 간절한 기도를 청하며 주님께 애원하는 모습들 안에서 놀라운 일들을 체험한다.

대체로 환자나 그 가족들이 원목실에 접수함으로써 봉사자와 원목자들이 환자를 방문하게 되는데, 병원 안에 성당이 있는 것을 몰랐던 한 자매가 복도에서 운동을 하던 중 내게 인사하며 다가와 암병동에 가게 되었다. 암환자인 남편을 위해 시부모님을 비롯한 온 가족이 끊임없이 기도하는 성가정이었다. 그는 남편과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고 했으며, 시아버지도 “신앙을 알고 시어머니와 만나게 된 것을 가장 큰 행운”이라고 고백한단다. 내가 여느 환자에게 하듯이 남편을 위해 함께 둘러앉아 기도를 바쳤는데, 나를 통해서 주님의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남편이 수술 후 조직검사를 받았는데, 주치의가 항암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니 참으로 기적이었다! 뛸 듯이 기쁜 마음으로 서둘러 퇴원해 집에 가서 생각해보니, 신부님과 수녀님께 인사를 못 드리고 왔더라며 다시 원목실을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주님께서 하신 놀라운 일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그 자매와 함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주님을 믿고 희망하며 끊임없이 기도하며 사는 성가정은 언제나 은총을 받는다.

어느 날, 주일 자원봉사자 한 분이 위암환자인 아내가 모 병원에 입원 중인데, 위를 전부 절제하고 오랫동안 투병해 왔으나, 이젠 항암치료도 어려워 무엇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내게 기도를 부탁했다. 10여년 냉담 중인 아내는 천주교신자들이 방문 오는 것도 싫어한다기에, 나는 시급함을 느껴 쉬는 날인 화요일에 입원 중인 그 환자를 찾아갔다. 병자성사를 받고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여겨 상담을 했으나, 그는 끝내 신부님의 안수기도, 병자성사 등 교회의 도움을 거부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 수녀원으로 돌아와 그의 마음이 열리도록 성령께 도움을 청하면서 매일 기도를 했건만, 그는 주님의 손길을 외면한 채 딱 열흘 만에 세상을 떠났다. 참으로 마음이 아파 원목을 하는 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힘든 시간이었다. 지금도 자비로우신 주님 품에 그를 맡겨드리며 기도하고 있다.

환자들은 무엇보다도 외롭고, 인생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다. 뜻하지 않게 환자가 되어 입원해 수술을 받게 되면, 다른 이들로부터 위로와 이해를 받고 싶어하는 마음은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나는 부드럽게 다가가 위로하면서 그들이 홀로 있지 않다는 것을 말과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면서, 자애와 연민 가득한 주님의 시선을 환자에게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다. 환자들을 찾아가는 나의 작은 움직임이 예수님을 통해서, 성령 안에서 놀라운 일들을 만들어 내리라 믿으며 오늘도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믿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표징들이 따를 것이다.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다”(마르 16,17-18).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조명자 데레사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