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3-13 17:01
[사목단상] 본당 사도직을 마치고... (제1편)
 글쓴이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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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2월 말, 경북 상주 계림동 요셉공동체에서 2년간 본당 사도직을 마치고, 이곳 서울 본원으로 이동되어 왔다. 오랜만에 수녀원에서 편안하게 미사를 드리고 무엇보다도 낮기도와, 공동으로 밤기도를 바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니 참으로 좋다. 본당 사도직을 하면 토요일과 주일은 긴장 속에 바쁘게 지내게 된다. 특히 토요일은 저녁미사 후 늦게까지 있어야 하고, 주일에는 새벽미사를 위해 아침 5시에 일어나 종일 본당에서 지내게 되는데, 수녀원에서는 주일미사가 아침 9시라서 여유 있게 주일을 느낄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2년 전 상주 계림동본당으로 파견 받았을 때, 5년간 수도자가 없이 지내던 본당이라 계림동성당 나눔의집에서 무료급식 사도직을 하고 있는 동료 수녀에게 상주 어때요? 하고 물었더니, 신자들이 열심하고 본당 일도 자발적으로 잘 하고 있으니 와서 웃어주기만 하면 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상주는 곶감으로 유명하다. 가로수도 감나무이고 가을에 감이 익으면 따지 않고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놔두기 때문에 너무 멋있다. 첫 해엔 진초록 감나무 잎 사이에 수줍게 연노랑 감꽃이 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햇빛이 스며들어 꽃이 떨어지고 감이 달린다. 햇빛을 받아들여 생명을 맺는 감나무처럼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들이고 나누며 살고자 노력했던 지난 2년간의 삶은 나름대로 보람이 있었다.

내가 이곳 본당에 도착하던 날이 금요일 저녁이었다. 아직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어린이 미사 반주와 성가연습을 부탁한다고...  제대회장은 내일 월례회가 있는데 수녀님에게 할 말이 있다기에 잔뜩 긴장한 채 토요일 밤을 설치고 주일 교중미사 후 제대회에 참석하니, 그동안 교대로 미사 준비를 해왔으나 이젠 수녀님이 다 하라고 했다. 그래서 초기엔 신자들이 계속 자발적으로 봉사하며 기쁨을 느끼도록 대화하면서 조율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본당 내에서 소외되거나 몸과 마음이 아픈 가난한 이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마음을 쓰는 일을 시작했다. 이것은 내가 강원도 정선에서 첫 본당사도직(1982년)을 시작했을 때  우리 수도회가 우선적 선택의 일환으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성프란치스코의원’을 개원하였으며, 병원 지프차를 이용해 토요일마다 산골 오지를 다니며 이동 진료를 하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봉사하는 우리 수녀들을 보면서, 우리 카리스마를 본당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숙고하면서 가졌던 나의 신념이었다. 그리하여 인천 석남동본당, 서울 목동본당, 수원교구 시화 바오로본당에서 사도직을 할 때도 이 신념대로 살았으며, 하느님의 작은 자들을 가까이 하면 주님께서 가장 기뻐하심을 확신했다. (계속)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오순희 베로니카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