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2-03 13:55
[해외선교] [해외선교] 요르단 암만에서의 선교체험-제3편
 글쓴이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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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2년 우리 수도회의 중동관구(요르단ㆍ레바논ㆍ이집트ㆍ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ㆍ시리아)의 요르단으로 파견되어 왔다. 요르단은 우리나라보다 조금 작은 면적의 이슬람종교 국가로서 국민의 대다수가 수니파(90퍼센트)이고, 6퍼센트 정도가 그리스 정교회를 비롯한 다양한 종파의 그리스도교인이다. 오랜 분쟁의 역사를 안고 있는 이 나라가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주변 아랍국을 비롯해 아프리카에서 많은 난민들이 들어온다.

나는 아랍어코스를 마치고, 요르단 까리타스에서 1년가량 자원봉사를 하면서, 난민들의 현실과 필요를 파악하게 되었다. 그 후 공동체 수녀들과 함께 이라크와 시리아인 그리스도교인 난민들을 위한 사도직을 해왔다. (현재는 시리아인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 우리 공동체는 수도인 암만에 있으며, 5개 국적(이탈리아, 멕시코, 레바논, 요르단, 한국) 6명의 자매들이 한 정신으로 수도회의 카리스마를 살아가고 있다. 
극소수의 그리스도인 난민들이 우리 선교의 우선 대상자들이다. 우리는 외부지원을 받아 그들에게 겨울난방용품, 식료품, 의료비, 학비지원, 영유아들을 위한 분유지급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물적 지원을 해오고 있다. 또한 여성들과 청년, 어린이들을 위해 기도모임, 세션, 청년 피정, 어린이 여름캠프 등 영적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난민, 현지인을 불문하고 수도자들의 방문 자체가 위로이고 축복이라고 여기므로, 가족들을 방문하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단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대대로 살아온 자신들의 삶의 터전과 직장, 재산 모두를 빼앗긴 채 내몰린 난민가족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방문하는 가정마다 참으로 기막히고 고통스럽고 아픈 사연들이 얼마나 많은지… 난민들이 처한 상황을 알리는 차원에서 몇몇 가족의 이야기를 짧게 나눈다.

요셉이네 가족은 어느 날 갑자기 무장한 이들이 집안에 들이닥쳐 그 주간 안에 떠나라는 통보에 온 가족이 두려움 속에서 지냈는데, 이틀 후 다시 쳐들어와 당장 나가라는 그들에게 며칠의 말미를 달라고 애원하자, 괴한들이 아기에게 끓고 있던 주전자의 물을 부어 전신 화상을 입혔다.

라칸씨의 가족은 집 대문에 누군가 써놓은 아랍어 ن (영어의 N: 그리스도인이라는 표시)을 발견하고, 무장한 남자들이 집안으로 들어와 총을 머리에 겨누며 이슬람으로 개종하던지 죽음을 택하던지, 아니면 집안의 물건 하나도 손대지 말고 당장 나가라고 소리치면서 어머니의 금목걸이까지 잡아채 갔다. 그 밤에 입고 있던 파자마 바람으로 피난길이 시작됐다. 당시 큰 부자였던 그들은 이곳 암만에 도착해 교회에서 모아준 옷가지들을 얻어 입고 하루하루 삶을 하느님께 대한 신뢰 안에 살아간다. 그들은 모두 것을 잃었고 피난의 삶에 쇠약해지는 아버지와 혈우병으로 고생하는 막내동생 그리고 나날이 도움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늘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말한다. 그동안 심장병에다 치매를 앓던 아버지가 사망하고, 요르단에 살던 이 가족은 난민으로 인정될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 있는 호주로부터 이주허락을 받아 얼마 전에 떠났다.

몇 해 전 바그다드의 한 성당이 폭격으로 사제와 수녀들 그리고 수많은 신자들이 희생되는 아주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을 때, 19살의 왈리드는 어머니와 함께 그 성당 안에 있었다. 그 엄청난 충격으로 왈리드 가족의 삶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왈리드는 먹고 입고 씻는 일상적인 일마저 불가능해졌고 심한 발작증세 등으로 종종 정신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며, 어머니 역시 그 충격으로 인한 깊은 트라우마와 우울증으로 힘들어 한다.
무장단체에 붙잡혀 몸을 펼 수도 구부릴 수도 없는 작은 구덩이에서 3일간 갇혀있던 중 미군과 정부군에 의해 구출된 위삼 씨는 납치되던 순간에 말리던 부인 품에 안겨있던 어린 아들마저 괴한들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잃었다. 그는 고문 후유증을 안고 살고 있는데, 너무너무 가난하지만 가족간의 돈독한 사랑이 서로를 잘 지탱해주어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다.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지닌 채 강한 신앙심으로 하느님께 철저히 의탁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난민가족들은 항상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감사를 말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 안에 그 말들이 살아있는 게 보인다. (계속)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문애경 세라피나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