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2-31 20:29
[사목단상] 함께이기에 더 행복한 이 길
 글쓴이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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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집 25주년을 맞아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인사드립니다. 개소 25주년을 맞이하여 한 분 수녀님을 기억합니다. 20대 도스트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고 ‘소냐’라는 여주인공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연민의 정을 갖고 있었던 수녀님은 소설의 여주인공과 같은 운명을 지닌 성매매피해여성들을 만나면서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들을 위해 투신하셨습니다. 바로 남숙현 아녜스 수녀님이십니다. 

 인권유린과 폭력에 시달리며 매일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성매매피해여성들과 이웃으로 함께 하고자 “천호동 423번지”...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업소 골목 끝자락에 작은 전세방을 얻어 기도 안에서 소망의 씨앗을 뿌리고 싹을 키우게 된 것입니다. 초반에는 천호동 집결지가 폐쇄적이고 경계하는 업주들과 성매매피해여성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녀님은 기도와 현존자체 신앙 안에서 인내하면서 10년의 시간을 홀로 외로이 걸어 오셨습니다. 이 발걸음이 천호동 집결지의 경계와 무관심의 벽을 허무는 튼튼한 기초가 되어 오늘의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집이 있게 되었습니다. 

 상담소가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면 성매매 현장도 시대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 이곳 상담소를 거쳐 간 수많은 여성들과 활동가들이 함께 했었습니다. 현재도 이곳에서 여성들을 위해 발에 땀이 나게 뛰어다니는 활동가들을 보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움직이게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제가 내린 결론은 ‘사람이 귀하다’ 는 사명의식을 바탕으로 소외된 여성들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함께이기에 가능한 ‘사람을 향한 사랑실천’. 지금 이 시간을 빌어 함께 하는 활동가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얼마 전, 우리기관의 존재이유인 성매매피해여성들에게 25주년을 맞아 축하 인사를 부탁했었습니다. 그 중 한 여성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낮은 곳을 살펴주셔서 감사해요’라는 메시지를 적어주었습니다. 스스로 낮은 곳이라 생각하는 성매매피해여성의 글에서 스스로 낮은 곳으로 오셔서 우리와 함께 하시는 예수님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성매매피해여성들, 이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모든 사람이 귀하고 소중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보다 더 귀할 수 없습니다.

 개소 25주년을 통해 우리 상담소의 역사와 사명의식을 다시금 견고히 다질 수 있는 귀한 시간들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과 같이 25년 전 가졌던 그 초심 그대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낮은 곳을 향하여 여성들과 함께하는 여정을 걸으렵니다.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집 소장  이종희 발비나 수녀